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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10 무제
  2. 2009/02/17 늦은 새벽

무제

§ Work/etc., 2010/07/10 18:59 Posted by jETA
  이제 두번째 서랍을 뒤집어 엎었다. 겨우 한칸을 정리했을 뿐인데 벌써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에는 첫째 칸만 쓰는 덕에 두번째 칸은 먼지가 더욱 두텁다. 중학교 시험지나 어릴 적 심리검사 결과지 같은건 옆에 쓰레기봉투에 집어넣었다. 따조나 척척이는 조금 고민이 되어서 놔두었다. 그러다 발견했다.

  손목시계다.
  파란색에 길고 짧은 연필로 시분(時分)을 가리키는 귀여운 시계. 시계줄에 뚫린 구멍엔 먼지가 끼어있다. 아마 엄마가 처음으로 사준 선물이었던 것 같다. 4시 26분에 멈추어있다. 잠시 주변의 시간이 4시 26분으로 빠르게 되돌아가는 것 같았다. 언제일까, 이 시계가 멈춘게.

  초등학교 2학년 때 선물받았다. 학교 친구들에게 자랑했었고, 이 시계를 읽을 수 있냐며 째기도 했다. 매일 아침 학교 가기 전에 8시 뉴스를 틀어놓고 1초까지 정확히 맞추곤 했다. 수업 시간에도 시계를 읽으며 수업이 몇분 남았나 계산하기도 했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시계를 읽는데 좀 익숙해졌을 무렵이었다. 오늘은 너무 늦지 않게 4시 30분까지 들어오라고 하셨었다. 친구들과 한창 그네를 타고 놀다가 시계를 봤었다. 4시 26분. 집에 급히 들어갔었다. 아마 그 즈음의 나는 4시 26분에 세상 모르고 놀고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인가. 닷컴열풍이 불고 각 초등학교에 특기적성이라는 이름의 컴퓨터 교육이 있었다. 처음엔 그저 컴퓨터가 신기해서 듣기 시작했었다. 물론 곧 시들해지고 빼앗긴 목요일 오후를 되찾고 싶어졌지만. 매 주 한글97과 씨름하며 언제 끝나나 지루해했다. 컴퓨터 여기저기 건드리다가 시간 설정 창이 떴다. 아날로그 시계가 한 칸 한 칸 움직였다. 내 시계와 시간이 맞지 않았다. 내 시계 초 침이 00이 될 때 시간을 설정했다. 아마 그 때가 특기적성이 끝 날 시간이니까……. 4시 26분 이었던 것 같다.

  중3 때. 이제 와서 생각하면 좀 웃기지만, 대입도 아닌 고입에 대한 스트레스가 잔뜩 쌓여있었다. 운동장이 푸르러지고 교실마다 창문이 열리기 시작하면서 더욱 더 지쳐갔다. 그러던 중, 새벽에 소스라치게 깼다. 무엇인가 날 흔든 것인데, 눈이 떠지지 않았다. 그저 앞에 계속 날 지켜보는게 있다는 것 쯤? 팔을 휘저어보려 했지만 물론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겁에 질려있다 진정했을 때, 온 몸의 긴장을 풀었다. 눈이 떠지고 주변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손목시계의 고정쇠(왜, 한 끝을 반대쪽 끝에 집어넣고 고정시키는)가 베개에 걸려있었다. 천천히 엉킨 실을 풀고 시간을 봤다. 정확히 새벽 4시 26분이었다. 그 뒤로 다신 손목시계를 하고 잠자리에 들지 않았다.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아침에 대한 기억이 없다. 잠도 덜 깬 채로 학교에 나서기 일쑤였고, 늦잠 때문에 아침도 못챙기는 날이 많았다. 손목시계는 기억에도 없다. 고3 여름방학이 지나고 나서야 다시 챙겼다. 그나마도 모양 때문에 가방에 넣고 필요할 때만 꺼냈다. 수능날에도 어김없이 챙겨갔다. 4교시 탐구영역. 아득했다. 제대로 풀지도 못하고, 긴가민가 찍어내고나니 두 과목이 끝났다. 이제 마지막 과목. 4시 26분, 마지막 과목이 시작됐다. 하지만 풀지 못했다. 괜스레 눈물이 흘렀다.

  시계가 언제 멈추었는지 모르겠다.
  시계를 다시 봤다.

  4시 29분.

  아, 흐르는구나.
  창문을 타고 바람이 들어왔다.

- F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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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새벽

§ jETA/Daily 2009/02/17 05:47 Posted by jETA

 * 손목시계가 걸린다. 만약 나중에 함께 차자는 말을 들으면 그 때 같이 고르자는 생각으로 위로한다.
이 디자인은 나 혼자나 좋아할거 같으니까...

 * 남들 앞에서 부르기 위해 좋아하지도 않는 가수의 노래를 연습한다. 뭐랄까...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는게 정석일텐데... 기분이 나쁘기도하고 오묘하기도 하고. 나를 남들에게 맞추어가는 작업. 아버지가 늘 말씀하시는 "사회에 적응해가는 과정" 중 하나일까?
 칭찬해줘요, 아빠.

 * 이따 술 많이 먹이면 어떡하지... 기독교학교니까 약하게 나가자... 라고 해도 난 무신론자 ㅇㅇㅇ

 * 만들기에 이제 강한 활력이 느껴진다. 두려움과 아쉬움으로, 그리고 설레임으로, 정체와 답답함이 오고가던 작업이었지만 이젠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일로 바뀌었다. 아직도 걱정과 두려움으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기대감은 낮추고 있지만...
 리더 ?
 역시 암만 생각해도 내가 맡는건 나를 위해서도, 또 남들을 위해서도 좋지 않은것 같다는 느낌이...  실패의 산물은 어떤 일이던지간에 내가 짊어지기엔 너무 무겁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괜찮다는 말은 누구나 위로라고 툭툭 던져주지만 그 말이 독박을 덜어주진 않는다. 

 * 젠장할, 자야되는데 잠은 안오고, 7시 되면 또 앞에서 아스팔트 팔텐데... 술먹이면 졸린걸 취한걸로 위장이나 시켜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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